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

공공 데이터를 통한 지역 마을버스 노선 개편 사례

qwer-asdf1 2025. 8. 9. 20:27

교통 사각지대의 일상과 문제의식

지방의 많은 마을에서는 단순히 ‘버스가 오는가’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절박한 문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농촌, 산간, 중소 도시 주변부에서는 대중교통이 거의 마비 수준인 경우도 흔하다. 병원, 시장, 은행, 주민센터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용을 운전할 수 없는 노년층이나 청소년에게 이동은 벽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은 이동권 제한으로 인해 고립되고 있으며, 지역 내 경제활동, 사회적 관계, 의료접근성 모두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문제는 낮은 수요와 예산 제약, 운영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였다.

이때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해결 방식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노선의 재설계라는 접근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시도는 ‘수요가 없다’는 기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데이터 속에서 숨겨진 수요와 이동 패턴을 찾아내 교통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목적을 지닌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조치나 교통 편의 증진을 넘어서, 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의 대표 사례로 부상하며 다른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공 데이터를 통해 설계된 교통 복지

 

지자체가 추진한 마을버스 노선 개편 프로젝트는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서 출발했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교통카드의 승하차 정보였다. 이를 통해 어느 정류장에서, 어떤 시간대에, 어떤 연령대의 이용이 많은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에 주민등록 기반 인구통계, 고령인구 비율, 주거지 밀집도, 주요 이용 시설(병원, 전통시장, 학교, 주민센터) 위치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주정차 정보, 민원 데이터, 모바일 통신 기반 유동인구 데이터까지 연계해 분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데이터를 통해 기존 노선의 비효율성은 명확히 드러났다.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병원에 가기 위해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노선 구조를 감수해야 했으며, 반대로 거의 이용자가 없는 노선이 예산만 소모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데이터 기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노선 개편은 단지 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작용했다. 재설계된 노선은 복지관, 병원, 시장과 같은 목적지를 중심으로 하고, 이용 패턴에 따라 탄력적으로 시간표를 조정했다. 이로 인해 고령자의 의료 접근성은 향상됐고, 시장 이용객 수 또한 증가하며 지역 상권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주민 목소리와 데이터를 결합한 상향식 정책

 

노선 개편은 단지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주민들의 실시간 참여와 의견이었다. 단순한 민원 접수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면대면 간담회, 현장 인터뷰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왜 버스를 안 타게 되었는가’, ‘어떤 요일, 어떤 시간대에 필요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데이터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활의 맥락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응답은 정량적 자료와 결합되어 노선과 시간표, 정류장 위치 결정에 실질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의 한 군에서는 마을버스 개편에 앞서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65%가 ‘시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을 냈다. 이 자료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노선 필요성을 뒷받침했고, 이후 신설된 버스 노선은 6개월 만에 택시 수요를 40% 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를 냈다. 더욱이 주민들은 버스 도착 예정 시간, 차량 위치, 좌석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함께 도입되어, 버스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 역시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사용자 피드백은 행정의 다음 정책 개선에 유용한 자산으로 저장되었고, 데이터-정책-주민 간의 순환 구조가 완성되었다.

 

미래형 마을버스와 교통복지의 진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마을버스 노선 개편은 단지 과거 문제를 바로잡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는 향후 지역 교통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동권은 단지 물리적인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삶의 방식과 밀접히 연결된 사회적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을버스를 통한 교통복지는 고령자나 취약계층에게 단순한 편의를 넘어서 외출과 교류, 자립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따라서 이 서비스는 단기적 예산 효율성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 가능한 사회 기반 시설로 간주되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제 예측 기반 운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계절별 수요 변화, 날씨 요인, 특정 이벤트 기간의 이동 증가 등을 인공지능 모델로 예측하고, 이에 맞춰 운행 횟수나 시간대를 조절하는 방식이 시범 도입 중이다. 또 자율주행 소형버스의 도입 가능성도 함께 검토되며, 교통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과정은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데이터 기반 정책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는 교통뿐 아니라 복지,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지역 문제 해결로 연결될 수 있는 확장성 높은 모델이다.

 

데이터가 만든 마을 속 변화

 

이러한 마을버스 개편 사례는 ‘실패하는 정책은 없다. 다만 데이터가 부족할 뿐’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실감하게 해준다. 행정은 더 이상 주민과 단절된 위에서의 결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가 맞물리는 공간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특히 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 방식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온 중앙집중형 행정 방식과는 다른, 지역 맞춤형 분권 행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아닌 사람, 즉 주민의 삶과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마을버스는 작고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하나의 교통 수단을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은 안전해지고, 건강해지며, 공동체는 다시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배경에는 ‘공공 데이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존재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더 많이 발굴되어야 하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데이터 기반의 접근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