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도서 지역 행정 효율화 방안

qwer-asdf1 2025. 7. 31. 23:33

도서 지역이 직면한 행정의 구조적 한계

대한민국은 약 3,300여 개의 섬을 보유한 다도해 국가다. 그중 400여 개 섬에는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라남도, 경상남도, 인천광역시 등의 도서 지역은 수십 개의 유인도와 행정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서 지역은 지리적으로 육지와 단절되어 있고, 교통과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경우가 많아 행정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주민등록, 복지 행정, 생활 민원, 긴급 대응, 공공의료 등 기초적인 행정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는 도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전남 신안군의 흑산면이나 전북 부안의 위도, 충남 보령의 원산도 같은 지역은 공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마을이 존재하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만 공무원이 출장 행정을 실시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 경우 주민이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인감증명서 같은 기본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몇 시간 이상을 배편과 육로를 이용해 읍사무소까지 이동해야 한다. 또한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교통 약자는 이 같은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행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인력 부족이나 예산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이 ‘대면 중심’, ‘지역 중심’, ‘종이 문서 중심’이라는 전통적 구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물리적 거리, 시간 지연, 정보 단절 등의 복합적 문제들이 발생하며, 궁극적으로는 도서 지역 주민의 행정적 권리 박탈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그렇기에 공공 데이터와 디지털 행정의 도입은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도서 지역의 행정 형평성과 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도서 지역 행정 효율화

 

 

공공 데이터를 통한 행정 서비스 분석과 수요 진단

 

공공 데이터는 도서 지역 행정의 비효율성을 진단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와 국토정보플랫폼의 공간 데이터, 보건복지부의 의료 접근성 분석 자료 등을 연계하면 각 섬별 인구 수, 고령화 비율, 보건소 거리, 공공기관 접근성, 긴급 상황 대응 소요 시간 등 수치화된 현실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안군과 완도군은 각 섬의 의료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의 만성질환 빅데이터와 병원 접근성 통계를 결합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수치로 나타냈다. 이를 통해 A섬은 고혈압 환자 비율이 높고, B섬은 노인 1인 가구 비율이 높아 재택 진료 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와 통계청이 제공하는 배송 및 물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섬 별로 물자와 우편물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 정기 배편 운영 간격, 교통 단절 빈도 등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서 지역 주민이 가장 자주 민원 제기를 하는 사안은 무엇이며, 언제 행정 수요가 집중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국민신문고 빅데이터’와 ‘전자민원 통계 시스템’을 통해 확보 가능하다. 이 데이터를 통해 행정 수요가 높은 시기, 유형, 불만 사례를 도출하고, 출장을 나가야 할 시기나 비대면 행정 지원이 필요한 섬을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이처럼 다층적인 공공 데이터를 융합·분석함으로써, 섬마다 상이한 행정 수요를 데이터 기반으로 진단하고, 현장성 높은 정책을 설계하는 기초 자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도서 지역의 불균형한 행정 서비스를 해소하는 첫걸음이자, 맞춤형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데이터 기반의 행정 효율화 사례와 시사점

 

최근 몇 년 사이, 도서 지역에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행정 효율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라남도는 2022년부터 ‘섬별 행정 수요 예측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이 시스템은 각 섬의 인구 구조, 민원 유형, 기상 및 해양 데이터, 교통 정보 등을 실시간 분석하여 어느 지역에 언제 어떤 형태의 출장 행정 또는 비대면 행정이 필요한지를 자동으로 도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군청은 매주 섬별 출장 계획을 수립하고,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행정창구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는 영종도, 연평도 등 주요 도서 지역에 공공 데이터와 디지털 행정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도서 행정 서비스 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 기반의 민원 접수 키오스크, 실시간 화상 상담 창구, 공공 서비스 신청 서식 자동 생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주민이 굳이 육지로 나가지 않아도 상당수의 민원을 섬 내에서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상남도 통영시는 섬 내 고령자의 이동 불편과 긴급 대응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GIS(지리정보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긴급환자 이동 시뮬레이션 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날씨, 조류, 선박 위치, 의료기관 접근 시간 등을 분석해, 어느 시점에 어떤 이동 수단을 우선 동원할지에 대한 자동 경로를 제시하며, 실제 생명을 살리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공공 데이터 기반 시스템은 기존 인력 중심의 행정 방식을 넘어, ‘예측’과 ‘즉시 대응’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도서 지역의 불균형한 행정을 데이터 중심으로 혁신하는 시도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이제 행정은 육지에서 섬을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라, 섬 안의 실질적 수요에 따라 스스로 설계되고 작동해야 하며, 공공 데이터는 이러한 지역 주도형 행정 체계의 기반이자 촉진제 역할을 한다.

 

향후 과제와 지속가능한 행정의 방향

 

도서 지역 행정 효율화의 핵심은 ‘데이터에 기반한 문제 진단 → 정책 설계 → 지속적 운영 → 주민 체감 개선’이라는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데이터의 정확성과 최신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 역시 현실과 괴리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는 자체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수집·업데이트하고,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과 연동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도서 지역은 물리적 격차뿐 아니라 디지털 격차도 심각한 경우가 많다. 고령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일수록 키오스크, 화상 민원, 모바일 행정 서비스 등 디지털 행정에 대한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교육, 디지털 도우미 배치, 친숙한 사용자 환경 설계 등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술을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혁신이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되기 위해 중앙과 지방 간의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앙부처가 데이터와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수요를 진단하며, 민간기업은 기술적 해결을 뒷받침하는 삼자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공공 데이터는 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공통 언어이자 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제 도서 지역의 행정도 단절과 한계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대응과 지역 맞춤형 설계로 나아갈 수 있다. 공공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 주민의 목소리’를 수치로 드러내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행정 혁신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