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

공공 데이터 기반 농촌 지역의 스마트 마을 조성 사례 분석

qwer-asdf1 2025. 7. 30. 08:21

스마트 마을,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정의’

최근 지방의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경제 침체 등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정책이 바로 ‘스마트 마을’ 조성 사업이다. 스마트 마을은 단순히 IT 기술을 농촌에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이나 문제를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의하고, 기술과 연계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 개선 모델이다. 이처럼 공공 데이터는 스마트 마을 조성의 시작점이자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초기에 진행되었던 일부 스마트 마을 사업은 실제 수요와 맞지 않거나 기술만 앞세운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공공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에 집중한 실증 사례 중심의 스마트 마을 조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하여 추진한 ‘스마트빌리지 챌린지’나 각 시·군 지자체가 자체 분석한 생활 불편 데이터를 활용한 마을 단위 실증사업은, 스마트 마을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 마을 조성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언제,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다. 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공공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기상청의 농업기후 데이터, 한국전력공사의 에너지 사용량, 통신사의 유동 인구 정보, 통계청의 가구 구조 변화 등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마을 단위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고,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스마트 마을이 진정한 지역문제 해결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농촌 지역의 스마트 마을 조성 사례

 

경상북도 영덕군, 고령 농가의 스마트 농업 전환 모델

 

경상북도 영덕군은 대표적인 고령 농촌 지역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주 소득원은 여전히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 이상 기후, 작물 가격 변동 등으로 인해 영세 농가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덕군은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령자 중심의 농업 지원 정책을 스마트 마을 조성에 접목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 지역에서 수집된 기초 공공 데이터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었다. 농작물 수확 시기와 기상 조건 사이의 오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농가의 에너지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생산성과는 연동되지 않는다는 결과였다. 이에 영덕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공공 농업 데이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 그리고 자체 수집한 마을단위 작황 정보를 결합하여, ‘고령 친화형 스마트팜 도입’을 위한 시범 마을을 선정했다.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대규모 자동화 시스템을 떠올리기 쉽지만, 영덕군은 오히려 고령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최소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날씨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수 시간을 조절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력 사용 자동 조절 시스템을 구축하며, 작황 예측 정보를 텍스트 음성 변환(TTS)을 통해 휴대폰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고령 농업인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수익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그 결과, 시범 마을에서의 작물 수확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에너지 사용량은 약 20% 절감되었으며, 무엇보다 고령 농가의 디지털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성과가 보고되었다. 이처럼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지역의 상황을 반영한 스마트 마을 설계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 주민 참여형 스마트 마을 커뮤니티 조성

 

스마트 마을이 단순한 기술 인프라 조성이 아니라는 점은 전라남도 순천시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순천시는 ‘생활 불편 해소’를 핵심 목표로 하는 스마트 마을 조성 전략을 수립했으며, 그 핵심에 ‘주민 참여’와 ‘공공 데이터 활용’이 자리했다. 먼저 순천시는 공공데이터포털과 자체 주민 의견 수렴 시스템을 활용해, 지역 내 1,000여 건 이상의 생활 불편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는 도로 조도 불량, 쓰레기 무단 투기, 버스 정류장 정보 부족, 위험지역 CCTV 미설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이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순천시는 ‘스마트 솔루션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지자체·기술기업이 함께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예를 들어 버스 도착 정보를 알 수 없어 불편하다는 고령층의 민원이 많은 지역에는, 버스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광판과 음성 안내 시스템을 설치했고, 쓰레기 투기 문제는 GIS 기반 열지도와 CCTV 연계로 집중 단속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모두 공공 데이터 기반의 문제 진단 없이는 불가능했던 접근이었다.

또한 순천시는 마을별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일부 마을은 자체적으로 ‘스마트 마을 지도’를 제작해 우선순위 문제를 정하고, 지자체에 정책 개선안을 제출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술이 지역 문제 해결의 도구로 작동할 때, 가장 이상적인 주민 참여 모델로 평가된다.

순천시는 현재 이 성과를 바탕으로, ‘스마트 마을 연합체’를 구성해 인근 시군과 기술·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 중이다. 공공 데이터의 힘이 일회성 기술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 기반을 조성하는 데까지 연결된 것이다.

 

공공 데이터 기반 스마트 마을의 확장성과 과제

 

이처럼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마을 조성은, 단순히 농촌에 디지털 인프라를 심는 수준을 넘어 지역 문제 해결의 구조를 바꾸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 데이터는 특정 기관이나 기술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해법을 구성하는 데 있어 ‘증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민주적인 자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지역별 공공 데이터의 질과 접근성의 격차가 문제다. 일부 지자체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수집되더라도 정책 설계에 연계되는 과정이 부실하여 실효성이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표준화된 데이터 분류 체계, 그리고 지자체 담당자의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 마을 조성의 성패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 주민, 특히 고령층이 기술을 낯설게 느끼고 배척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일상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중개자’나 ‘데이터 코디네이터’ 같은 현장 전문 인력 양성 정책이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마을은 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데이터와 주민 경험이 함께 만드는 미래형 공동체 모델이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디지털화된 마을’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 가능한 마을’, 그리고 주민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은 공공 데이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