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관광 자원 발굴 및 활성화 방안
지역 관광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마주하다
대한민국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도권과 주요 관광지에 편중된 여행 수요로 인해 많은 지역이 관광 활성화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 경제의 침체를 넘어, 문화자원의 보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국가 전체의 관광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스토리텔링 자원은 풍부하지만, 정보 접근성과 홍보의 한계, 관광 콘텐츠의 통합 부족 등으로 인해 방문객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지역 관광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이라는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교통량, 숙박객 수, SNS 반응 데이터, 관광지 리뷰, 기상 정보, 상권 매출 등의 다양한 공공 및 민간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 예측과 마케팅 타깃 설정, 관광 동선 최적화 등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기존의 감각적, 직관적 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적 관광 활성화 모델로, 지역의 숨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새로운 방법론이 되고 있다.
공공 데이터가 밝혀낸 관광 수요의 흐름
관광객의 이동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관광 정책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강원도 평창군은 오랜 기간 “겨울 스포츠 관광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사계절 관광 수요 중 봄철 트래킹과 여름철 캠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TIS)과 교통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야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분석은 특정 시기와 공간에서 어떤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해주며, 관광 자원의 사계절 운영 전략에 기초를 제공한다.
또한 통신사 유동 인구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특정 지역의 방문자 수를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전라남도의 ‘관광 흐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스마트폰 기반 위치 정보를 집계해 관광객의 유입 경로, 체류 시간, 재방문율 등을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축제나 이벤트의 운영 방식, 관광 안내소 배치, 주차장 운영 계획 등을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민간 기업의 투자 유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숨은 관광 자원의 발굴과 콘텐츠화
공공 데이터는 단순히 수요 분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콘텐츠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충청북도 제천시는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문화재청의 지역 문화재 데이터, 국립환경과학원의 생태 자원 데이터, 기상청의 계절별 강수량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제천 남한강변 일대를 ‘봄철 생태 문화유산 여행지’로 지정하였다. 이와 함께 지역민이 촬영한 사진, SNS 리뷰, 블로그 텍스트 등을 텍스트 마이닝 방식으로 분석해 감성 키워드와 선호 활동을 도출해냈다. 이렇게 생성된 콘텐츠는 ‘조용한 치유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브랜드화되어, 전국 각지의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이 구축한 ‘문화N티켓’과 ‘지역 문화행사 일정 데이터’ 등도 지역 단위의 세부 콘텐츠와 연계되면서, 정적인 관광지에 새로운 체험 요소를 부여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문화행사의 시간표와 현장 위치, 티켓 예매 정보, 지역 상권 데이터 등을 결합하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입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관광지 중심의 단순 관람에서, 체험·참여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한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여 협력 모델 구축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을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정책과 연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공공 데이터 기반 지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지역 주민, 지자체, 민간 기업, 그리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앙정부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에 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안동시는 경북도청과 협업하여 ‘관광 자원 현황 공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관광 기획사와 MOU를 체결해 ‘테마 여행 코스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지역 관광 비즈니스 생태계 형성으로 연결되는 긍정적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데이터의 해석 역량 부족, 현장 정책과의 거리감, 관광 사업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단위에서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기획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과, 데이터 기반 관광 전략 수립을 위한 정책 플랫폼의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 품질의 신뢰성과 최신성 확보도 중요한 요소로,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간의 데이터 통합 표준화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는 단순한 ‘관광지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 경제와 문화, 주민 삶의 질, 그리고 균형 있는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적 분야이며,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공공 데이터이다. 공공 데이터를 통해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공급을 정밀하게 기획하며, 정책 실행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기관들이 이 전략을 기반으로 지역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세상과 연결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