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로 해결한 지역 소상공인 매출 회복 전략
침체된 지역 상권, 회복의 열쇠는 ‘데이터’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국의 소상공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상권 회복을 위한 민간 투자나 자생력이 부족했던 데 따른 구조적 한계였다. 인구 감소, 소비 패턴의 온라인 전환, 유동 인구의 불균형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역 상권은 급속히 위축되었고, 많은 소상공인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선택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었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회복을 시도한 지자체 사례들이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임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상권의 실제 수요 흐름, 소비자 특성, 경쟁 구조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데이터는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시장 분석과 정책 설계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수집한 빅데이터 기반 상권 분석 자료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를 통해 각 소상공인은 지역 내 소비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써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매출 회복과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 수립의 길을 열게 된다.
대전 유성구, 상권 특성별 공공 데이터 분석으로 매출 증대
대표적인 사례는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상권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점 지원 프로그램’이다. 유성구는 지역 내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청, KT 등의 공공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데이터에는 유동 인구 흐름, 시간대별 방문객 수, 연령대별 소비 패턴, 업종별 경쟁 현황, 카드 매출 통계, 공실률 정보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성구청은 지역 내 주요 상권을 6개로 구분한 후, 각 상권에 맞는 맞춤형 회복 전략을 마련하였다.
예를 들어, 유동 인구는 많지만 매출이 낮은 상권의 경우, 분석 결과 ‘단기 체류 방문객’ 비율이 높고 정체성 없는 업종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 파악되었다. 이에 유성구는 이 상권에 대해 콘텐츠 기반 테마 거리 조성과 체험형 소비 공간 유치 지원을 함께 추진했고, 동시에 해당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권 집중 마케팅, SNS 홍보, 외부 관광객 대상 안내 플랫폼 등록 등 실질적 지원책을 연계했다. 반면, 기존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정주형 상권의 경우에는 단골 관리와 로열티 프로그램 강화를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성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냈다. 분석이 시작된 2022년 3분기부터 시행된 2023년 1분기까지, 상권 전체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 상승했고, 중장기적으로 상권 내 공실률은 15% 가까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 문제 진단과 맞춤형 대응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유성구는 현재 이 모델을 지역 전체로 확산 중이며, 이 과정에서도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 전통시장 회복을 위한 데이터 기반 혁신 사례
또 다른 인상적인 사례는 전라북도 익산시의 전통시장 매출 회복 프로젝트이다. 익산시는 공공 데이터를 통해 전통시장 방문객 수가 코로나 이후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30~50대 중년층 고객이 거의 발길을 끊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기존에는 전통시장을 고령층 중심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지역 내 구매력 중심은 중장년층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 활용 지원 사업에 참여해, ‘시장 고객 흐름 분석 AI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 시스템은 통신사 위치 기반 데이터와 카드 매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시간대별 체류 고객 특성, 방문객의 생활권, 재방문율, 결제 규모 등의 정보를 시각화하여 시장 상인회와 공유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익산시는 상점별 고객 유치 시간대를 조정하고, 야시장과 테마마켓 운영 시간 변경, 점심/퇴근 시간대 맞춤형 먹거리 집중 배치 등의 세부적인 전략을 도입하였다.
결과적으로 1년 만에 해당 전통시장 방문객 수는 약 18% 증가했으며, 카드 매출도 평균 9% 상승했다. 더불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 ‘데이터 기반 전통시장’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익산시의 사례는 공공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구체적 행동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꼽힌다.
공공 데이터 기반 소상공인 지원, 앞으로의 과제와 가능성
이처럼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소상공인 매출 회복 전략은 단기적인 실적 향상은 물론, 중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접근이 전국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지자체와 소상공인이 모두 데이터를 ‘신뢰 가능한 정보’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가 낮아, 분석 자료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공공 데이터는 민간 데이터와의 융합 없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단순 유동 인구 정보만으로는 실질 소비 여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의 카드사 매출 데이터, 유튜브/SNS 소비 트렌드 데이터 등을 결합하여 분석하는 다층적 데이터 연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전문 인력 양성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상공인을 데이터 기반 혁신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끌어들이는 참여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현장에 단순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해석하고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교육, 시뮬레이션 도구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만 소상공인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공공 데이터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공 데이터는 이제 지역경제 회복의 전략적 자산이다. 그것은 더 이상 대기업이나 정책 설계자들만의 도구가 아니며, 모든 소상공인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생존의 조건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침체된 지역 상권이 다시 숨을 쉬기 위해,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길을 찾고, 데이터를 통해 변화를 만들고,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